글로벌 무역실무·무역계약·거래조건

수출입물품의 ‘복합가공’과 원산지 세탁 사례에 관하여

saynews 2025. 7. 19. 07:45

복합가공의 개념과 국제무역에서의 법적 중요성


국제무역에서는 제품의 ‘원산지(origin)’가 관세 혜택, 수입 규제 적용 여부, 비관세장벽 회피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떤 국가에서 생산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복합가공’입니다. 복합가공은 일반적으로 단순 조립·포장 수준이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원자재 또는 반제품이 복수로 가공되어 최종 제품이 완성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복합가공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한국에서 생산된 부품을 베트남에서 조립하고, 중국에서 최종 테스트 및 포장하는 전자제품이 있습니다. 이때 원산지를 어느 나라로 지정하느냐에 따라 관세율은 물론, FTA(자유무역협정) 특혜의 적용 여부도 달라집니다. 이에 따라 복합가공은 단순한 생산 공정의 문제가 아닌, FTA 특혜 원산지 결정 기준, 원산지 증명서 발급의 적법성, 세관 통관의 합법성 등 법적·실무적으로 매우 민감한 요소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복합가공의 개념과 원산지 세탁 사례


특히, WTO 협정과 FTA 협정상 ‘실질적 변형(Substantial Transformation)’이 발생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는 HS코드 변경 기준, 부가가치 기준, 가공 공정 기준 중 해당 FTA에서 채택한 방식에 따라 결정됩니다. 복합가공 공정이 실질적 변형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최종 가공국이 아닌 이전 가공국이 원산지로 간주하여 FTA 특혜 적용이 부인될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원산지 세탁: 개념과 주요 발생 형태

 

‘원산지 세탁’은 말 그대로 수출입 물품의 원산지를 고의적 또는 기만적으로 변경하여, 관세 혜택을 부당하게 받거나, 수입 규제를 회피하려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는 국제무역 질서에서 명백한 위법 행위이며, 한-EU FTA, 한-미 FTA 등 대부분의 협정에서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는 사안입니다. 그런데도 실무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방식으로 원산지 세탁이 시도되고 있으며, 특히 복합가공 공정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단순 가공을 ‘실질적 변형’으로 가장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한국에 반입하여 간단한 포장 또는 태그 부착만 한 뒤, ‘한국산’으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아 수출하는 경우입니다. 둘째, 제3국을 거치는 우회 수출 방식입니다. A국산 제품을 중간 무역기지를 통해 B국에서 재포장하여, C국산으로 위장하는 형태입니다. 셋째, 위조된 원산지증명서(C/O) 또는 허위 서류를 세관에 제출하는 방식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원산지 세탁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명백한 불법 무역 행위로 간주하며, 적발 시 수출입 제한, FTA 특혜의 소급 철회, 추징세 부과, 형사처벌 등 중대한 제재가 뒤따를 수 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 및 미국은 최근 ‘공급망 투명성’을 강조하며 원산지 세탁 행위에 대해 더욱 정밀한 검증과 처벌을 강화하고 있으므로, 우리 수출입 기업으로서는 이에 대한 이해와 대비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최근 적발 사례와 국제 분쟁 사례를 통해 본 시사점

 

최근 한국 관세청, 미국 세관 국경 보호청(CBP), 유럽 세관 당국 등은 원산지 세탁과 관련된 위반 사례를 지속해서 적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FTA 특혜를 악용하여 제3국산 제품을 한국산 또는 베트남산 등으로 위장한 뒤 미국이나 EU로 수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는 해당 국가들과의 통상 마찰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실제 사례로는, 한 국내 무역업체가 중국산 철강 제품을 수입한 후, 단순 절단·포장만 수행하고 ‘한국산’으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여 미국으로 수출한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 세관은 이에 대해 ‘실질적 변형 기준에 미달’함을 근거로 원산지 세탁으로 간주하고, 해당 업체에 대해 관세 추징 및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또한, 유럽에서는 제3국산 섬유제품을 베트남에서 단순 세탁·포장한 후, FTA 세율 적용을 시도한 사례도 적발되었고, 이에 따라 수출국과 수입국 간 원산지 인정 기준 해석을 두고 분쟁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무역실무자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첫째, 원산지 결정 기준을 협정 유형별로 명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둘째, 복합가공 공정의 단계별 기록을 남기고, 원자재·부품의 출처 및 가공 명세에 대한 증빙자료를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셋째, 수출입 전 단계에서 관세사나 원산지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사전 리스크 점검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업의 대응 전략과 제도 활용 방안


복합가공과 원산지 세탁 이슈를 예방하고 합법적인 FTA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선제적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먼저, 가공·조립 등의 작업이 실질적 변형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사전에 진단하는 ‘원산지 사전검토 서비스’를 활용하실 수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한국관세사회, 또는 FTA 전문 컨설팅 기관에서는 실제 생산공정 도면, HS코드 분석, 원가 구성 자료 등을 바탕으로 법적 판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향후 세관 검증에 대비한 신뢰성 있는 원산지 관리 체계를 갖추실 수 있습니다.

또한, 자율 발급 제도 활용도 권장해 드립니다.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은 세관의 승인에 따라 ‘자율 발급자(Approved Exporter)’로 지정받아, 원산지증명서를 자체 발급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 서류 발급의 효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원산지 관리 책임에 대한 인식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자율 발급은 세관 검증 대상이 되기 쉬우므로 더욱 엄격한 자체 검증 체계를 병행하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사적 차원에서 ‘FTA 원산지관리시스템(FTA-PASS)’을 도입하여, 전자적 방식으로 원산지 증빙자료를 체계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하는 방식도 적극 추천드립니다. 해당 시스템을 활용하면, 원산지증명서, 부품별 공급자확인서(SDO), 공정흐름도 등 모든 서류를 디지털로 통합 관리할 수 있어, 향후 5년 보관 의무나 세관 사후 검증 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복합가공과 원산지 세탁 문제는 무역의 규모나 업력에 관계없이 모든 수출입 기업이 반드시 숙지하고 대응해야 할 핵심 이슈입니다. 무심코 처리한 단순 공정이 불법적 원산지 세탁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제재는 기업의 평판과 수출 채널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정교한 원산지 판정, 증빙자료의 체계적 관리, 제도적 장치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해, 기업은 FTA 혜택을 안정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국제무역 규범을 준수하는 책임 있는 무역 활동을 수행하실 수 있습니다.